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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블랙홀의 형성 과정과 진화

by 탕호 2024. 1. 4.

블랙홀의 기이한 성질들을 생각해 보면, 이런 기괴한 천체가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 것인지, 그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를 구해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심지어 그 아인슈타인 본인마저 블랙홀은 존재할 수 없다는 잘못된 판단을 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 파 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아인슈타인의 견해와 반대되는 결과들을 모두 평가절하하였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는 블랙홀이 물리적 천체로서 실재한다는 견해를 고수하였고, 1960년대 말에 학계 대부분이 사건의 지평선 형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다는 데 동의하기에 이른다. 일단 사건의 지평선이 형성되면 그 안에 특이점이 만들어짐은 펜로즈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 직후 호킹은 대폭발이론에 대한 여러 우주론적 해가 다른 이상 물질이 없는 특이점을 가진다는 것을 보였다. 블랙홀 열역학 법칙들은 블랙홀의 물리적 성질이 단순하고 이해할 수 있음을 밝혀냈으며, 이에 따라 블랙홀은 연구 주제로서 타당한 대접받을 수 있게 되었다. 블랙홀은 주로 무거운 천체, 예를 들어 항성 급의 중력붕괴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보이나, 그 밖에도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이한 과정들이 존재한다.

 


중력 붕괴


중력붕괴는 천체의 내부 압력이 천체의 자체 중력을 상쇄시킬 수 없을 때 발생한다. 항성의 경우, 항성 핵 합성을 통해 온도를 유지하여 필요한 압력을 얻는데, 여기에 필요한 연료가 너무 적어졌을 때나 핵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물질을 얻게 되었을 때 중력붕괴가 일어난다. 두 경우 모두 항성의 온도가 그 자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온도로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별의 축퇴압이 물질을 축퇴물질로 응축시키면 붕괴는 멈춘다. 그 결과 다양한 유형의 밀집성이 만들어진다. 밀집성의 종류는 항성 외피가 날아가 버린 뒤 남은 잔해의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붕괴 이후의 질량은 붕괴 이전의 항성 질량보다 훨씬 적어진다. 붕괴 이전의 별이 원래 무지막지하게 컸거나 또는 붕괴한 뒤 잔해 위로 추가적인 질량이 장착되어, 잔해의 질량이 톨먼–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중성자 축퇴압으로도 붕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톨먼–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를 넘어선 밀집성이 블랙홀로 붕괴하는 것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무거운 항성의 중력붕괴는 항성질량 블랙홀의 형성 원인으로 추측된다. 초기 우주의 항성 형성 때는 매우 무거운 별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별들은 수명을 다하고 붕괴를 일으켜 블랙홀을 형성했다. 이 블랙홀들이 오늘날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서 발견되는 초대질량 블랙홀들의 시초가 되었을 것이다. 중력붕괴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매우 빠르게 방출되기에, 외부 관찰자는 이 과정의 끝을 볼 수 없다. 붕괴가 낙하하는 물질의 관성계에서 유한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관찰자가 보기에는 낙하하는 물질이 점차 느려져 사건의 지평선 위에 멈추게 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붕괴하는 물질에서 방출되는 빛은 관찰자에게 닿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사건의 지평선 직전에서 방출된 빛의 지연되는 시간은 무한대에 이르게 된다. 그 때문에 외부의 관찰자는 사건의 지평선이 형성되는 순간을 절대 볼 수 없다. 대신 붕괴하는 물질들의 적색편이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어두워지고 최종적으로는 지워지듯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대폭발과 초기의 원시 블랙홀


중력붕괴는 엄청난 밀도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우주에서는 이렇게 큰 밀도는 항성 내부에서만 발견되지만, 대폭발 직후의 초기 우주는 밀도가 훨씬 컸기 때문에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을 수도 있다. 질량이 균등하게 분포해 있으면 질량이 모이게 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밀도만으로는 블랙홀이 형성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부족하다. 이러한 높은 매질 속에서 원시 블랙홀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초기 밀도에 불균등한 요동이 존재하여 자체 중력을 통해 점차 요동이 증가해야 한다. 초기 우주에 대한 서로 다른 모형들은 이러한 요동의 정도가 얼마나 될지 제각기 달리 예측한다.

 


블랙홀의 성장


블랙홀은 일단 형성된 뒤에도 이후 질량을 추가로 흡수하여 성장할 수 있다. 모든 블랙홀은 주위의 기체, 성간진, 그리고 우주 전체에 편재하는 우주배경복사를 지속해서 흡수한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성장하는 주된 과정이 이러할 것으로 추측한다. 구상성단에서 발견되는 중간 질량 블랙홀의 형성에 대해서도 유사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블랙홀 성장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블랙홀이 항성 또는 다른 블랙홀과 융합하는 경우가 있다. 블랙홀이 성장하기 위해 굳이 다른 천체와 융합할 필요는 없지만, 이 요소는 매우 중요하며, 여러 작은 천체들을 집어삼키면서 성장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특히 그러하다. 중간 질량 블랙홀 역시 같은 과정에 의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

 


블랙홀의 증발


호킹은 1974년 블랙홀이 완전히 검지 않으며, 작은 양의 열복사를 내보낼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그러한 현상을 호킹 복사라고 부른다. 호킹은 정지된 블랙홀에 양자장론을 적용해서 블랙홀은 완전한 흑체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입자를 방출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호킹의 발표 후 많은 과학자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만일 호킹의 블랙홀 복사 이론이 정확하다면, 블랙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질량을 광자를 비롯한 입자들의 방출 형태로 상실하여 점점 작아지는 증발을 할 것이다. 이 열스펙트럼의 온도는 블랙홀의 표면 중력에 비례하며, 그 표면 중력은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의 경우 질량에 반비례한다. 즉, 큰 블랙홀이 작은 블랙홀보다 입자를 적게 방출하고 증발이 느리다. 블랙홀이 매우 작으면 그만큼 호킹 복사도 매우 강해질 것이다. 인간 정도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은 순식간에 증발한다. 블랙홀의 질량이 작을수록 증발은 빠르게 일어난다. 가설상 이렇게 작은 블랙홀에서는 양자 중력효과가 큰 역할을 발휘하여 작은 블랙홀을 안정시킬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양자 중력 이론의 발전상에서 그러한 결과를 의미한다고 볼 만한 성과는 없다. 질량이 큰 천체물리학적 블랙홀들의 호킹 복사는 매우 약하여 지구에서 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원시 블랙홀의 증발 막바지에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다면 관측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폭발을 찾으려는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질량이 작은 원시 블랙홀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제한받는다. 2008년에 발사된 NASA의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여전히 감마선 폭발을 찾아 수색하고 있다 .